나를 제외한...
by 스윗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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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상사는게... + 그리고...


비온다. 주룩주룩. 장마인가.. 차라리 쭉 우울하게 장마였으면 좋겠다. 내 1년중 얼마 안되는 우울주기가 돌아왔나보다. 자잘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내가 왜 사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까지 나아가는 뭣 같은 나날들. 사는 건 정말 재미없고 순간순간 내가 왜 웃고 있는지 짜증날정도로 궁금한... 이런 나 일수록 남에게 내보이는 나는 좀 미친 것 같을 정도로; 하이텐션. 그래도 이 기간중 내가 제일 짜증나는건 내가 이걸 왜 고민하고 있는가.... 이다. 쓸떼없이 지나가는 시간들이 너무 아까운.... 스무살의 청춘을 나는 왜 이런식으로 허비하고 있는걸까. 분명히 지금 아까운 시간들이 모여 나중의 더 나은 나를 만들텐데 말이다. 뛰어오지도 않았는데 환각처럼 숨이차는 이상한 지금. 이건 쉬는 게 아니라 정체하고 있는 것 같다. 뭘 해도 재미없고, 뭘 해도 부족하기만 한 나날들. 빨리 이 우울의 주기가 떠나버렸으면 좋겠다. 과제나 미리 해버릴까, 아니 지금 했다간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만 같아서 꺼려진다. 업! 업, 분위기 업이 필요하다.

하지만 제일 중요한건, 무엇보다 나만 볼 것.
쓸떼없는 자괴감은 사절. 남과의 비교는 자학의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지름길이란 걸.



***




우리 부모님은 두 분 다 전남 출신이시다. 아빠는 광주 사람이고, 전남대를 나왔다. 엄마는 순천 사람이지만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. 그리고 두 분 다 그 때 오늘, 저 지옥같던 곳에 계셨다. 아빠는 5.18일 전, 아빠의 형의 손에 반강제로 이끌려 가까운 순창으로 몸을 피했다. 전남대를 다닌다고 하면 시위에 참가하지 않아도 그냥 잡아 죽이던 시절이라고 했다. 아빠는 근 일주일동안 순창의 아는 사람 댁 다락방에 숨어 지냈다고 한다. 엄마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다.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. 그저 무주공산에 마치 세렝게티 초원보다 더 한 야생같은 곳이 신기하기만 하고 한편으론 재밌었다고 회고하신다. 무작정 학교가 휴교해서 좋았던 어린 열여덟. 

우리는 아직도 진실을 다 모른다. 추정하는 숫자는 말 그대로 수치일 뿐이다. 우리가 기릴 것은 그들의 정신과, 그 때의 마음.

비가 온다.

그리고 오늘도, 별 다른 일이 없이 다른 하루가 흘러간다.




하지만, 우리는 이십여년전 그 때를 되풀이하고 있으니 이 어찌 무섭고도 끔찍한 일이 아닌가? 

우리는 시간을 역행하고 있다.

꽃처럼 스러저간 핏방울들이 이룩해 놓은 기틀을 하나씩 걸어 내려오는 중이다. 


 
by 스윗피 | 2008/05/18 16:32 | take me slumberland | 트랙백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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